19-22면/우리 아이의 '읽기'를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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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6-17 08:10 조회94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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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의 ‘읽기’를 살펴보세요.
좋은교사운동 김중훈
우리 아이들은 잘 읽고 있나?
초등학교 1학년이 4학년에서도 읽기 부진이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1988년 Juel의 연구에 의하면 88% 나 된다고 합니다. 미국의 국가연구자문위원회(National Research Council)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적극적인 예방교육 실시하는 것이 읽기 부진을 예방하는 것이 최상의 방책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읽기 강화 프로그램은 3학년 이후보다는 1~2학년부터 적극적으로 교육하도록 강조한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잘 읽고 있나요? 우리 가정의 아이들 우리 교실의 아이들은 어떻게 읽고 있나요? 막연히 아이가 잘 읽고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오산입니다. 아이가 꼭 소리 내서 읽을 기회를 줘 보십시오. 여러분의 추측이 완전히 빗나갈 수 있습니다.
아이가 처음에는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책을 가만히 보다가 어느 날에는 책에 있는 검은색의 직선, 곡선들이 말하는 소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채게 됩니다. 그래서 엄마가 “아, 야, 어, 여” 그리고 “ㄱ, ㄴ, ㄷ” 이렇게 가르쳐 주면 아이는 서서히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즉, 한글을 깨치게는 것입니다.
읽기 유창성과 읽기 이해는 거의 일치한다
아마도 대부분의 부모 그리고 교사도 아이가 한글을 깨치면 이제 아이가 스스로 책을 잘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읽기가 ‘능숙하게 잘 숙달되는 연습’이 꼭 필요합니다. 학자들은 이것을 읽기 유창성(reading fluency) 연습이라고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젊은 과학자상을 받은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김영숙 교수는 광범위 연구를 통해 읽기 유창성과 읽기 이해는 거의 일치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술술 잘 읽는 아이들이 읽기 성적도 좋았으며 반대로 잘 읽기 못하는 아이들이 읽기 점수가 낮았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읽기를 시작하면 별도의 읽기 유창성 연습을 하면 매우 좋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학습 부진의 뿌리가 읽기에 있다”고 말합니다. 같은 이유로 미국은 ‘Reading First’라는 읽기 프로그램에 연간 1조 이상의 교육 예산을 투자합니다. 여러분은 미국이 다인종 국가이고 또 이민자들이 많아서 그렇다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우수한 한글 덕분에 읽기를 못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우리가 그 동안 한글을 너무 쉽게 생각했었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한글 교육의 불편한 진실이 있습니다. 2004년도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교육인적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 대학생을 포함한 성인의 문해 수준은 OECD국가 중에 거의 꼴지 수준입니다. 미국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의 문서 해독 능력을 갖춘 성인이 미국은 19%이지만, 한국은 겨우 2.4%였습니다. 참담한 수준입니다. 교육 선진국인 핀란드는 25%, 스웨덴은 무려 35%로 한국 보다 열배 더 많습니다. 어떻습니까? 좀 놀라셨죠? 이러한 결과에 대하여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민현식 교수는 “우리가 그 동안 한글을 너무 쉽게 생각했었다. 한글이 귀중하다고 모두 생각했지만, 막상 한글을 기초부터 가르치고 익히는 데는 소홀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유창하게 술술 읽는 아이들은 내용을 이해하는데 에너지를 집중합니다. 하지만 읽기 부진 아동은 읽는 것 자체에 정신적 에너지를 대부분 사용하기 때문에 글의 내용을 이해할 틈이 없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읽기를 잘하는 아이들은 뇌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정신적 에너지를 적게 씁니다. 하지만 읽기에 능숙하지 못한 아이들은 뇌를 여기저기 비효율적으로 사용합니다. 내용을 파악하기도 전에 읽는 것 자체에 정신적 에너지를 엄청나게 사용합니다. 그래서 공부에 빨리 지치고 힘들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공부가 싫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등학교 1~3학년까지 읽기 유창성 훈련이 꼭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아이가 책을 술술 잘 읽게 할 수 있을까?
첫 번째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릴 때부터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해야 합니다. 그 방법은 참 쉽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무릎에 앉혀 놓고 실감나게 책을 읽어 주는 것입니다. 원리는 쉽지만 사실 실천이 어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아이는 ‘책이란 참 재미있는 것이구나!’라고 느끼고 평생 책을 가까이 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세계적인 언어학자 크라센은 ‘자발적 독서는 누군가 쉽고 재미있게 읽어주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두 번째는 효과적인 한글 학습 방법입니다. 이때, 한글 학습의 순서는 자음부터 시작할까요? 아니면 모음부터 시작할까요? 정답은 바로 ‘모음(母音)’ 부터입니다. “아. 야. 어. 여~” 이렇게 모음을 배우면 여기에서 ‘ㄱ, ㄴ, ㄷ~’ 을 연결하면 “가, 갸, 거, 겨” 이렇게 배우면 아이들은 빠르게 한글을 깨치기 시작합니다. 한글은 단어를 배우는 통글자 방식보다 모음과 자음을 소리를 가르치면 더 정확하게 잘 익힐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앞에서도 강조한 읽기 유창성 훈련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읽기 유창성 훈련은 이제 더듬더듬 읽기 시작한 아이에게 부모나 교사가 읽어주고 즉, 시범을 보여주고 아이가 따라 읽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단어별로 끊어 읽고, 아이가 소리 내어 따라 읽기를 연습하다가 점점 한 문장, 문단으로 점점 늘여가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읽으면 ‘같이 읽는 방법’도 좋습니다. 영어 학습에서는 쉐도우 리딩이라고 합니다. 아이가 조금 편하게 묻어가는 읽기 방식입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아이가 읽으면 한 문단 정도를 읽고 시간을 측정합니다. 마치 100미터 또는 200미터 달리기와 같은 방법입니다. 도달 시간을 정하고 세 번 또는 네 번을 소리 내어 읽고 시간이 점점 줄어들도록 훈련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은 단순하지만 읽기 발달에 매우 강력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부모와 교사가 읽은 다음 새로운 단어의 뜻을 설명해주면 아주 좋은 읽기이해 전략이 되기도 합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은 부모에게 꼭 필요한 것은 공부 욕심보다 아이들이 어떻게 발달하는지에 대한 이해인 것 같습니다.
우선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이의 자존감
간혹 교사와 부모는 아이가 정신을 차리지 않거나 집중하지 않아서 한글을 배우지 못한다고 아이를 타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나 교사보다 당사자인 아이가 가장 힘들 것입니다. 따라서 부모는 크게는 우리 아이는 더 낮은 수준으로 시작해서 다른 아이보다 더 천천히 한글을 배워간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아이가 한글을 깨치게 될 거야’ 하면서 너무 기다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연구에서 이미 별도의 집중적 개입이 없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읽기 부진은 초등학교 이후 학년이 올라가도 여전히 읽기 부진이거나 더 심화되었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업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빨리 정확하게 읽는 유창성이 매우 중요한데 안타깝게도 초등학교 3학년 이후에는 이미 어느 정도 뇌에서 언어발달이 완료되어 잘 개선되지 않는다는 안타까운 이유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초등학교 1~2학년 때 조기에 집중적이고 체계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제부터 우리 아이들에게 “책 좀 읽어라!”라고 하는 잔소리는 참아내고 “우리 같이 읽자!”라고 말해봅시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어떤 읽기 발달을 보이고 있는지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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